청보리를 바라보면 옛날 생각이 납니다.
초딩 (국민학교) 3학년 때의 일이지요.
책보를 메고 마차가 다니던 길을 따라 십리를 걸어서 학교를 다녔지요.
등교가 늦어서 뛸라치면 대각으로 등에 멘 책보가 흔들리며 아버지가 만들어 주신 소나무 연필통에서
몽당연필이 달그락 거리고 보리밥 도시락이 흔들려 짠지 반찬 합창을 하곤 했지요.
봄이면 먹을거리가 부족해 산과 들의 풀들~덜 익은 보리를 뜯어다 엄니는 죽을 쑤어 주셨는데
스완은 굶었습니다. 진짜 싫었거든요.. 풀죽~~
학교 마치고 집으로 오려는데 반장인 친구가
우리 집으로 가겠다고 해서 같이 왔는데
엄니가 배고프다고 풀 죽을 주셨지요. 친구에게도~~
그 친구 죽을 한참 들여다보더니
"야 너희는 죽 먹고사냐?"
눈물이 났어요.
다시는 그 친구 얼굴도 안쳐다 봤지요.
59년 전 보릿고개의 기억입니다.
지금은 잘 살고 있는데 잊힐 때도 되었건만
청보리를 보면 생각이 납니다.
사진을 하면서 청보리를 많이 만났지만 한 번도 담지 않은 건 아픈 기억 때문이었습니다.
그 친구 살아 있다면 보고 싶네요.
이젠 잊으려 합니다.
옆지기네요..
찍히는 것도, 기다리는 것도 잘 하지못하는 사람이지요.
억지로 몇장 만들었습니다..
20240425 경주 황룡사지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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